2015년 2월 19일 목요일

2014 정리

(이걸 구정에 업로드하는 것은 농담도 아니고 그냥 게을러서임. 내용은 2014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해당.)

2014년이 너무 싫어서 사실 2014년의 시간에 충분히 동기화되어 살지 않았다. 대학원이라는 공간에 들어가 있었던 것, 낮보다는 밤에 활동했고, 그 시간마저 학과 수업 관련 텍스트나 사적인 관계에 할애했던 것 역시 그런 생활 감각에 일조했을 것이다.

죽음들만이 방까지 전달되어 방점처럼 남았다. 세 모녀, 부산외대 신입생들, 장애인 송일국 씨, 세월호 승객들, 윤 일병, 판교의 관중들, 현대아파트 경비 분, 제 2 롯데타워 건설현장 노동자 분, 신해철 (무려) 등.

아무튼 한 해 동안 뭘 하기는 했는데, 미미하니까 평가는 유보하겠습니다... 2014년에는 우리가 말하기 위한 자리를 우리가 만들었는데, 2016년에는 남들이 불러주는 일도 일어나면 좋겠다. 2015년에 의의를 성취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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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영화니 책이니 별로 언급할 것이 없다. 내가 보지 못한 것, 가지 못한 곳의 리스트가 더 중요한 해였다. 분더바 투쟁현장에도 거의 가 보지 못했고, 밀양으로부터는 어쩌다 우연히 귤이나 얻어받았다. 성소수자 운동이 재점화 된 해라고 봐도 무리가 아니었고, 때문에 한국에서도 인권 운동, '정체성'의 운동이 다시 가능할지 가늠해 볼 수 있는 해였는데 그 현장에도 없었다. APAP도 못 가봤군. 귀신, 간첩, 할머니는 정신 차려보니 끝나있었다. 언리미티드 에디션에가서는 돈을 거의 못 썼다.


  • 부모님과 함께 본 '다음 문장을 읽으시오' 전시에서는 얻은 바가 많았다. 특히 1층에 들어서는 순간의 배치. 시대의 흐름을 시각화 해 원경으로 배치하고, 산책자를 위한 1인칭들의 경로를 만들고, 청자와 독자를 위한 이입의 공간을 설치. '우리'를 멀리서도 가까이에서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그건 '나'에게는 자주 일어나는 일이지만, '우리'에게는 낯선 일이었다. 나는 기획의 서론 본론 결론이 아니라 기획의 구조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여러가지 채널의 효과를 생각하게 되었다. 입체적인 심상이 남았는데 두고두고 사고에 도움이 될 것 같다.
  • 도움이 되는 책들을 학교 안팎에서 읽었지만 정리 할 만한 말이 바로 튀어나오지 않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스스로에게 더 명시적으로 익히지 않으면 사실 익히는 게 아닐지도. 그 외에 좋아했던 시인들의 시집이 우르르 출간되어서 오랜만에 몇 권의 시집을 읽었는데, 오랜만이어서 그런지 한 단어 단어들이 너무 자극적이라 아주 느리게 읽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아직도 다 못 읽었다. 김행숙, 이제니, 신해욱, 이영주. 다 읽고 모국어랑 오래 떨어져 지낸 친구한테 고스란히 선물할 생각. 시집은 워낙 남에게 잘 주어서 이제는 손님처럼 느껴진다.
  • 기억나는대로 극장에서 본 영화들을 적어보자면 :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논픽션 다이어리, 기디언 경감, 혹성탈출, 카트, 액트 오브 킬링, 곤 걸. 다 재미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에 대해서는 글을 썼고, 하나에 대해서는 글을 쓰려다 실패했다. 
  • 그리고 유튜브를 자주 봤다. 유명한 쇼와 아이돌들, 대부분의 걸그룹, 코난 오브라이언 번역 클립 같은 것들.
  • 웹툰도 많이 봤다. 레진 코믹스에서 하양지 작가의 달콤한 애드립과 우리는 시간문제, 이자혜 작가의 미지의 세계를 손꼽아 기다려가며 읽었다. 내 취향의 두 정점이었다. (아마도) 같은 또래의 작가들이 제시하는 세계라는 건 각별하다. 
  • 음악은 그냥 매년 듣던 거 또 들었다. 나에게 음악은 이제 그냥 분위기인 것 같다. 어느 시기의 취향이 박제되었다. 이렇게 빨리 이렇게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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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 기본소득 칼럼 : 답답한 시대, 기본소득으로 시야확보


2014 반성
  • 좋은 내용의 결정을 내리는 것보다 결정을 내려야 할 타이밍에 결정을 내리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 게다가 망설임은 결정의 질에 별로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 실패할 거면 빨리 해보는 게 좋다.

2015 목표
  • 매일의 시간을 들여서 의미있는 논문을 쓴다. 
  • 이틀의 간격으로 운동하고 건강을 지킨다.
  • 매주의 모임을 통해 유효한 운동을 한다.
  1. 제 2회 00 그라운드의 정확한 위치설정으로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2. 미래세대의 입장에서 기본소득의 핵심 가치를 개발하고 방향 설정을 명확히 하여 구체를 제시하고 담론의 물꼬를 튼다. 
  3. 새로운 관객의 대화 포맷을 시도한다.

2015년은 총선을 한 해 앞둔 해. 한국에서 열릴 기본소득 국제대회를 한 해 앞둔 해. 논문을 써야하는 해.

도전적인 과제 몇 가지로 목표를 집중해야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작년에도 학교 공부를 허덕이며 해냈는데, 올해에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강도가 더 세질 예정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들이 학교 밖에서 내가 하고 있는 활동과, 적어도 내 머릿 속에서는 아주 연결이 잘된다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다른 관점으로 작용하는 두 상이한 주제를 어떻게 나의 입장에서 남들에게도 알아들을 수 있는 내용으로 잘 엮어볼 것인가. 이것은 즐거운 과제이다. 문제는 체력. 재미가 피곤에게 번번이 진다. 벌써?

아빠가 마지막으로 직장생활을 하는 해이기도 하다. 나의 운명 뿐 아니라 우리 남매의 운명을 고민해야 한다. 발달장애가 있는 남동생에 대한 고민을 더 미룰 시간이 없다. 일자리도 일자리지만, 동생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공동체를 찾는 일이 더 중요하다. 엄마는 평생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왔고, 가능한 거의 모든 시도를 해봤지만 동생은 결국 지금 혼자 있다. 내가 공부하고 있는 곳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