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1일 일요일

기타 등등

   내가 나를 혐오하고 부정하는 과정에서 상처받은 타인이 있을까?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길었던 불화의 시기가 끝나가고 곧 화해의 순간이 돌아오리란 기분이 든다.

   어제 발표하며 새삼 반성의 서사만큼 쉬운 성장 서사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반성까지만 공유해도 이미 반 쯤 문제를 극복한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행동은 쉽게 변하지 않고, 반성 이후엔 기나긴 적응과 이행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고개는 이미 꺾였는데, 몸은 관성대로. 보는 사람이 민망할 듯한 어색한 움직임으로 삐걱삐걱 걷는다. 어쩐지 목적지로부터 오히려 멀어져가는 듯한 느낌에 몸이 바르게 적응할 때까지 그냥 멈추고 싶어진다. 완벽하게 다시 세팅된 포즈로 걷고 싶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허영심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나아가야만 한다. 휴식과 성찰은 꼭 필요한 것이지만 그것을 발판삼아 도약하는 일은 좀처럼 없다. 

   좋은 사람이고 싶은 마음. 적어도 부끄럽지는 않은 글을 쓰고 싶은 마음.회복이 필요하다. 그런 마음이 향했던 시선을 복원해야 한다. 딱 5초만 눈을 감고 있으면 금새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구두 뒷굽을 딱딱 부딪히면. 보네거트를 다시 읽으면. 로메르를 한 두 편 보면.

   대화는 좀처럼 쉬워지지 않는다. 1)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할 것. 2) 상대의 자리를 남겨둘 것. 그 외의 주의사항들이 더 있을터인데, 잘 모르겠다. 요즘은 어떤 대화 자리에 갈 때 머리 속에 미리 지도를 그리는 게 습관이 되었고, 언제나 그 이상을, 예외를 기대하며 반만 내뱉고 있으면, 파울. 공이 뚝 고꾸라진다. 그리고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오직 나의 포즈 뿐이다.

   오늘 하나의 오빠가 떠나셨다. 나랑 관계있는 일도 아닌데, 한 달 정도는 떠올리면 웃음이 나올 듯. 남사스럽게 남의 일에 이입하구 난리야 ㅋㅋ 으크.